《북부 루손주 걷는 시간》제33화(마지막회)

 

《북부 루손주 걷는 시간》제33화(마지막회)


《북부 루손주 걷는 시간》

제33화 – 쿠바오를 급히 가는 시간 (마지막회)

2025년 8월 11일, 베일러를 떠나는 아침.
햇살은 여전히 부드럽고, 파도는 여전히 잔잔했지만
마음엔 이미 구름이 깔렸다.

지쳤다.
몸도 지쳤고, 통장도 지쳤고, 감정도 꽤 많이 닳아 있었다.
지난 며칠간은 내 삶에서 가장 ‘비현실적인 현실’ 같았다.
고요함도 있었고, 우연한 친절도 있었고,
무뚝뚝하지만 따뜻한 술집 아주머니의 미소도 있었고,
한밤중 버스 안에서 나눈 대화 한 마디도 있었다.

나는 걸었다.
루손 북부라는 이름 아래,
내가 알지 못했던 마을들과 골목, 바다와 산,
그리고 수많은 이름 모를 사람들을 지나쳤다.

그 길 끝엔 쿠바오가 있다.
모든 시작이 그렇듯, 또 모든 끝도 거기서 마주쳤다.

한 여자를 떠나보낸다.
우리가 손을 흔들며 인사했던 수많은 기차역,
함께 걸었던 시장 거리,
아무 말 없이 앉아 있던 식당의 작은 플라스틱 테이블까지.

쿠바오로 가는 버스는 그녀를 잊게 해줄까?
아니면, 잊었다는 착각만 남겨줄까?

나는 다시
그 자리로 돌아간다.
처음 떠났던 그 자리.
꿈을 품었고, 자유를 믿었고, 여행이란 단어에 미쳤던
그 어리숙하고 솔직했던 나로.


《북부 루손주 걷는 시간》은 여기서 마칩니다.
하지만 이 기록은 끝이 아니다.
어딘가 다시 떠날 당신을 위해,
이 글은 조용히 여백을 남겨 둡니다.

걷는다는 건, 결국 언젠가 다시 돌아올 마음을 품고 있다는 뜻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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