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피노 삼겹살 전설, 그 불판 앞에서 벌어진 뜻밖의 우정》
밤이었다.
말라떼의 바람은 늘 그렇듯 후끈했고, 거리엔 네온사인이 번쩍였다.
마비니 거리 골목 어귀, 익숙한 간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UNLI SAMGYUPSAL - Eat All You Can!"
이쯤 되면 더 이상 놀랍지도 않다.
필리핀에서 삼겹살은 이미 **"국적불문 공용언어"**가 된 지 오래니까.
그래도 그날은 좀 특별했다. 불판 앞에 앉은 얼굴들이 하나같이 생경했다.
“Kuya, more pork please!”
“Yes, po! Sir, more cheese or kimchi?”
나 말고는 전부 필리피노였다.
그들은 웃고 있었고, 젓가락을 기가 막히게 잘 썼고, 고기 굽는 손놀림도 어설프지 않았다.
심지어 그 중 한 명은 고기 굽기 담당이었다. 그의 이름은 “RJ”, 스물여섯, 콜센터 직원.
그는 삼겹살을 “필리핀 스트레스 킬러 넘버원”이라 불렀다.
“브로, 고기 구우면... 고민도 같이 타잖아.”
“한국은 맥주, 우리에겐 쿨한 삼겹살!”
그 말에 나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불판 앞에서는 국적도 언어도 다 부질없었다.
고기 굽는 순서, 마늘을 익힐지 생으로 먹을지, 상추에 밥을 넣느냐 마느냐를 두고 다들 격렬히 논의했다.
마치 한-필 정상회담 같았다. 단, 테이블 위의 주제는 모두 삼겹살.
RJ는 말했다.
“처음엔 한국 드라마 보고 삼겹살 알게 됐어요. 근데 이젠… 진심이에요.”
그는 '사랑의 불시착'을 보고 처음 삼겹살을 찾아 먹었다고 했다.
드라마 속 현빈이 고기를 굽던 그 장면이 너무 맛있어 보여서.
그 한 장면이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지금은 주 1회, 꼭 친구들과 삼겹살 데이를 갖는다.
나는 그 자리가 처음엔 어색했지만, 어느 순간 너무 익숙해졌다.
소주잔을 기울이고, 한국말과 따갈로그가 뒤섞이는 가운데,
RJ가 내게 말했다.
“브로, 오늘은 네가 ‘형’이야. 고기 굽는 법 잘 가르쳐줘서.”
“다음엔 우리 동네로 와. 내가 쏠게.”
고기 위에 쌓이던 기름처럼,
우리 대화도 점점 진해지고 있었다.
불판에선 고기 냄새가 올라오고, 마음에선 묘한 따뜻함이 피어났다.
마비니 골목, 네온 불빛 아래에서
나는 필리피노 친구들과 고기를 굽고 있었고,
그건 그 어떤 관광지보다 더 진짜 마닐라였다.
그날 이후로도 가끔 그 가게에 들렀다.
종종 그 친구들도 만나고, 때로는 새로운 얼굴들도 보았다.
어떤 날은 내가 고기 굽고, 어떤 날은 내가 사줬다.
그 작은 삼겹살집은 내게 마닐라에서의 두 번째 집이 되었다.
그리고 불판 위에서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단지 고기를 구운 게 아니라, 국경을 굽고, 낯섦을 익힌 밤이었다.
"고기는 익어야 맛있고, 우정은 익어야 깊다."
마비니의 불판은 오늘도 타오른다.
필리피노도, 한국인도, 그 앞에선 모두가 형제다.
그리고 그 형제애는,
김치 한 젓가락과 소주 한 잔 사이에서 조용히, 하지만 분명히 피어오른다.
《바나나큐 소년 제롬, 그리고 길 위에서 구워진 진심》
마카티 시내 한복판,
오후 3시.
태양은 내려앉을 생각이 없고, 바람은 커녕, 땀조차 게으르게 흐르던 그 시간.
나는 그늘을 찾아 골목으로 들어섰다.
그러다 만난 건... 작고 까무잡잡한 소년 하나.
손에는 대나무 꼬치 몇 개, 달콤한 바나나 냄새가 허공을 적셨다.
“Sir, bili po kayo. Fresh lang po.”
그가 팔던 건 ‘바나나큐’.
설탕 입혀 튀긴 ‘사바 바나나’를 꼬치에 꿰어 파는 필리핀의 대표 간식이다.
하지만 그날의 바나나큐는, 단순한 간식이 아니었다.
그건 누군가의 삶, 누군가의 자존심, 그리고 뜻밖의 인연이었다.
“형, 몇 살이야?”
“Twelve po. Pero I help mama every afternoon.”
이름은 제롬.
학교는 오전 반, 오후엔 엄마 대신 바나나큐를 든다.
하루 매출은 운이 좋으면 250페소. 그 중 150페소는 엄마에게 드린단다.
남은 건 동생 과자 사주고, 조금은 자기 용돈으로.
그는 초등학교 6학년이지만, 마카티 거리의 셀프CEO다.
나는 그가 만든 바나나큐 두 개를 샀고,
그는 고맙다며 작은 미소와 함께 하나를 더 끼워줬다.
“Why one more?”
“…Because you look tired, sir.”
“Then I’ll buy three more.”
“Then I’ll give you five!”
우리는 그렇게 한참을 웃었다.
그 날은 더웠고, 거리는 시끄러웠지만,
이 작고 진한 단맛의 간식 덕분에
잠깐이지만 세상이 달콤해졌다.
그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When I grow up, I want to sell food… but inside a restaurant. With aircon.”
“Not on the street?”
고개를 저었다.
“Not forever. Streets are hard, but for now… okay lang. I'm happy.”
그 말에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저 남은 바나나큐 하나를 입에 물고,
천천히 씹으며 그의 지금을, 그의 꿈을 생각했다.
그는 작지만 단단했다.
그의 설탕에 절인 바나나는,
그 어떤 프랜차이즈 디저트보다 더 따뜻했고,
그보다 더 달콤한 건,
바로 그 바나나큐 너머의 소년의 진심이었다.
"어떤 우정은 고기 위에서 구워지고, 어떤 우정은 바나나큐 너머에서 피어난다."
길거리에서 만난 제롬은, 오늘도 작은 불판 하나로 꿈을 굽고 있다.
그리고 나는 오늘,
단 한 입의 바나나큐로 하루치 위로를 받았다.
🗣️ 현지인이 추천하는 마비니/말라떼 삼겹살집 한 줄 리뷰
🔥 Fantastic Baka
“This is not just unli… this is UNLIMITED happiness, bro!”
“If you bring a date here, she’ll marry you.”
“Meat quality is legit. I feel like a Korean actor grilling it.”
🐷 Samgyupsalamat
“Walang forever daw? Sa samgyup meron!”
(“영원한 게 없다고? 삼겹살은 무한이야!”)
“My cheat day always leads me here... then cheat week na.”
“Every barkada has one friend who says: ‘Let’s go Samgyup!’ every weekend.”
🍶 Geonbae
“Geonbae feels like home… if your home smells like grilled meat and soju.”
“Dito ako natuto paano maging Korean oppa kahit konti.”
“Lowkey spot, highkey masarap.”
🥩 Premier The Samgyupsal
“Fancy unli? Yes please. May aircon, may ambiance, may crush!”
“I don’t always eat unli samgyup, but when I do, it’s here.”
“Best for dates or pretending you’re in K-drama.”
🎤 삼겹살 앞에서 나온 말말말
“Kuya, more pork po... promise last na ‘to.” (10번째 주문 중)
“This is the only time I say ‘no rice’. Meat lang!”
“Don’t talk to me pag may meat sa mouth ko.”
“One day, I’ll have my own samgyup place… and I’ll call it ‘Samgyup sa Puso’.”
🔥 말라떼/마비니의 삼겹살 명소 추천 (실제 현지 인기 순위 기반)
1. Fantastic Baka (판타스틱 바카)
위치: Adriatico St. corner Remedios Cir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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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식 무한리필 고기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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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 돼지고기 모두 무제한 (삼겹살, 항정살, 차돌박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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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피노 친구들 사이에서도 "생일 때 가는 데"로 유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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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퀄리티는 가격 대비 상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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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드 디시도 깔끔하게 한국식
“불판 위 고기가 진짜 불판 같아요. 안 질겨서 좋아요.” – 필리피노 손님 리뷰
2. Samgyupsalamat Malate Branch
위치: 5th Floor, SM City Harrison Plaza 근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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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필리핀 모두에서 인기 폭발한 프랜차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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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 양념갈비, 매운불고기까지 다양한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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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피노 커플 + 가족 단위 방문 매우 많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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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드 메뉴 중 김치볶음밥, 치즈퐁듀는 현지 인기 최고
“쿠야, 더 주세요!”라는 주문이 계속 들리는 가게
3. Geonbae (건배 삼겹살)
위치: Jorge Bocobo St. near Mabini 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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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인들 사이에서 숨은 보석으로 알려진 고깃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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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 조용하고, 술 마시기 좋은 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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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삼겹살 조합에 진심인 필리피노 단골층 많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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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보단 '현지 삼겹살러'들이 즐겨 찾는 스팟
“삼겹살엔 건배지, 브로.” – RJ가 추천해준 가게
4. Premier The Samgyupsal
위치: Robinsons Manila 뒤쪽 골목 안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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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스럽고 깔끔한 인테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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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 모임, 데이트 장소로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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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은 약간 높지만, 퀄리티는 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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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연예인들도 SNS에 인증한 적 있음
“K-드라마 속 고깃집 느낌 내고 싶으면 여기!”
🍽 Tip: 삼겹살집 갈 때 필수 따갈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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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li po?” – 무한리필이냐고 물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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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ang rice, more meat po.” – 밥은 빼고 고기 더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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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wedeng takeout?” – (먹다 남은 걸 포장 가능하냐고...) 대부분은 No지만 물어보는 사람 많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