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바나투안 그리고 복음 1000일의 묵상》
1945년 1월 30일, 필리핀 누에바 에시하의 작은 마을 판가티안.
그곳에는 수백 명의 미군과 필리핀 군 포로들이 갇혀 있었다.
바탄 전투에서 패배한 자들, 죽음의 행군을 겨우 견뎌낸 자들,
그들은 철조망 속에서 세상으로부터 잊힌 존재였다.
그곳은 지옥과도 같았다.
인간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음식이 아니라 희망이라는 사실을
그들은 뼈저리게 깨닫고 있었다.
어느 날 밤, 어둠을 가르는 듯 미군 특수부대와 필리핀 게릴라들이 조용히 다가왔다.
목숨을 건 구출 작전이 시작되었다.
미군 6레인저 대대와 필리핀 게릴라,
총 300여 명이 겨우 500여 명의 포로를 위해 움직였다.
누구의 명령도, 이익도 아니었다.
단지 ‘그들을 그대로 두지 않겠다’는 결단이었다.
포로들은 놀라움과 감격 속에 무릎을 꿇었다.
그들을 기억해준 이들이 있었음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그렇다. 우리도 어쩌면 그 포로와 다를 바 없다.
하나님 없는 세상에서, 자신만의 죄와 습관과 과거에 갇혀 살아간다.
자유롭다 믿지만, 사실은 절망과 무감각의 철조망 속에 갇혀 있다.
그러나 예수님은 작전이나 게릴라 없이 직접 이 땅에 내려오셨다.
밤이 아닌 대낮에,
십자가라는 사랑의 길을 통해
‘작전명: 구출’을 완성하셨다.
하나님께 온 지 천여 일이 지나고 나서야 가장 확실히 깨닫는다.
내가 먼저 복음이 되지 않으면,
내가 전하는 복음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카바나투안의 군인들이 자신을 구하러 온 이의 얼굴을 보기 전까지는
희망도 감격도 없었던 것처럼,
내 삶을 통해 누군가 ‘예수님은 진짜구나’ 느끼지 못한다면
나는 여전히 말만 하는 복음 전도자에 불과하다.
오늘은 한국전쟁 발발일이다.
또 한 번 총성이 울리던 날이다.
지금도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우크라이나, 수단 등
수많은 사람들이 철조망 너머에서 고통받고 있다.
그들을 구할 사람은 누구인가?
우리 각자가 복음이 되어가는 그 길이
하나님의 또 다른 ‘카바나투안 작전’인지 모른다.
나는 복음이다.
나는 구출된 자이며,
누군가를 구출해야 할 작전의 일원이다.
카바나투안의 불빛은 꺼졌지만,
내 안의 복음의 불꽃은 꺼지지 않았다.
“주여, 나를 구하셨듯이
이 시대의 포로들에게도
진리와 자유를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