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닐라시가 10여 년 만에 개편한 쓰레기 수거 요금 체계가 수도권 내 심각한 비용 격차를 낳고 있다. 새 요금은 사업자 규모와 업종에 따라 연간 수만 페소에 이르며, 마카티시·파식시·퀘존시 등 인접 도시와 비교할 때 최대 30배에 달하는 수준으로 나타난다. 사업 허가 갱신 시기와 맞물리면서 음식점과 소매점, 대형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부담이 가시화되고 있다.
100제곱미터 규모의 일반 음식점을 기준으로 보면 마닐라에서는 연간 약 3만6천 페소의 쓰레기 수거료를 부담해야 한다. 같은 조건의 음식점이 파시그에서는 약 6천 페소, 마카티에서는 약 4천 페소, 퀘존시에서는 1천 페소 안팎에 그친다. 서비스 내용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비용만 6배에서 많게는 30배 가까이 벌어진 셈이다.
소매업체의 경우도 상황은 비슷하다. 마닐라의 소매점들은 연간 1만2천 페소에서 2만 4천 페소 수준의 쓰레기 수거료를 내야 하지만, 퀘존시에서는 최소 수백 페소 수준에 불과하다. 마카티 역시 연간 1천~2천 페소 선에서 관리되고 있다. 임대료와 인건비, 전기료를 고려하기도 전에 마닐라에 입점했다는 이유만으로 고정비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구조다.
대형 슈퍼마켓과 같은 대규모 유통업체로 갈수록 격차는 더욱 커진다. 마닐라는 연간 3만 페소에서 많게는 10만 페소를 넘는 요금을 부과하지만, 마카티는 상한선을 1만 페소로 두고 있다. 퀘존시는 검사 수수료 명목으로 연 800페소 수준에 그치며, 파시그는 면적 기준 요율을 적용해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박리다매 구조의 대형 유통업체에 마닐라의 요금은 매년 반복되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쓰레기 수거료가 문제로 지적되는 이유는 선택이 불가능한 고정비라는 점에 있다. 경기 상황이나 매출 변동과 무관하게 반드시 지불해야 하며, 비수기라고 해서 줄일 수도 없다. 중소기업의 경우 이는 곧 운전자금 감소와 재투자 여력 축소로 이어지고, 장기적으로는 가격 경쟁력 약화로 연결된다.
마닐라시는 이번 인상에 대해 요금이 2013년 이후 동결돼 왔다는 점을 강조한다. 상업 및 산업 부문의 쓰레기 배출량 증가, 산마테오 매립지로의 운반에 따른 운송비 상승, 세금이 아닌 실제 비용을 반영한 규제 수수료라는 점이 인상 배경으로 제시됐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비용 회복 차원을 넘어 정책 선택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도권 내 소비자는 행정 경계를 기준으로 이동하지 않는다. 같은 시장을 놓고 경쟁하는 사업자들이 위치한 도시가 어디냐에 따라 기본 비용이 크게 달라지는 상황은 공정 경쟁을 해친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실제로 일부 사업자들은 마닐라 외 지역으로 이전하거나 신규 점포를 인접 도시로 내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닐라는 상업과 문화의 중심지를 자임하며 중소기업 지원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현재의 쓰레기 수거 요금 구조는 마닐라에서 영업하는 것 자체가 불이익으로 작용하는 신호를 시장에 보내고 있다. 기본 공공서비스 비용이 인접 도시 대비 과도하게 높을 경우, 이는 서서히 기업과 일자리를 외곽으로 밀어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쓰레기 수거는 모든 사업자가 반드시 부담해야 하는 필수 서비스다. 그 비용이 지역 경쟁력을 좌우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면 정책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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