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그릇 싸움 속 예수, 그리고 토마토 향기
세상은 늘 같은 자리를 돌고 돈다.
권력과 이익, 자기 밥그릇을 지키려는 자들의 싸움.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힌 그날도, 그 싸움은 여전했다.
자칭 제사장이라 부르는 자들이 자신의 권위를 지키려
거짓과 위선을 앞세워 한 생명을 죽음으로 몰았다.
그런데 그날 이후로 세상은 달라졌는가?
아니다. 지금도 밥그릇 싸움은 끊이지 않고,
신앙의 이름 아래서도 진실은 자주 묻힌다.
‘그리스도’라는 이름이 마치 조직과 교단의 소유물인 양
사람들은 타이틀과 학벌에 매달리고,
진짜 예수의 모습은 잊힌다.
나는 때때로 묻는다.
“예수는 정말 그리스도라는 칭호가 필요했을까?”
그냥 예수였으면 충분하지 않았을까?
그분은 한 사람, 한 인간으로서
우리와 같은 눈물을 흘리고,
우리와 같은 기쁨을 맛본 분이셨다.
하늘을 바라본다.
오늘은 흐리다.
그러나 옆에 심어둔 토마토가 내 손끝에 향기를 남긴다.
그 작고 소박한 향기는 세상의 흐림을 이겨내는 힘이다.
하나님의 은혜는 거대한 기적보다
이 작은 향기 속에 더 깊이 숨겨져 있다.
나이 오십여섯, 신학교 가야 하나 고민한다.
타이틀과 학벌, 그 무게가 부담스럽다.
하지만 공부는 두렵다.
그래도 나는 안다. 공부는 타이틀이 아니라,
하나님과 더 깊은 관계로 가는 길임을.
나는 성경 말씀을 읽을 때면
그 시대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눈물도 기쁨도 함께 느끼며,
말씀과 나의 삶이 하나 되는 경험이다.
그 속에서 내 성질과 분노도 숨 쉬고,
때로는 ‘나만의 성경’을 쓰고 싶어진다.
오늘도 손끝에 토마토 냄새가 남아 있다.
그 향기가 내 마음을 어루만진다.
비록 하늘은 흐려도,
이 향기 하나로 나는 오늘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
이 모든 것은 나 혼자의 싸움이 아니다.
수많은 이들이 같은 길을 걷고 있다.
밥그릇 싸움과 타이틀의 무게를 넘어
진리와 사랑으로 나아가는 길.
그 길 위에서 나는, 그리고 우리 모두는
예수의 이름 하나로 충분함을 다시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