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마닐라의 노점상들》3화/4화


《마닐라의 노점상들》

3화. 길거리 소스 마스터, 멜라니

트라이시클이 윙 하고 지나간다. 마닐라의 오후, 라살 거리 모퉁이에 작은 파라솔 하나가 조용히 그늘을 드리운다. 그 아래, 노란 소스통과 빨간 소스통이 햇살에 반짝인다. 그 앞에 선 그녀—오늘도 멜라니는 손을 쉼 없이 놀리고 있다.


“Sweet? Spicy? Or combo?”

학생 하나가 망설이자, 그녀는 눈빛으로 살짝 미소를 건넨다.
Combo. Trust me. You’ll come back.

그녀의 말엔 자신감이 있다. 그리고 근거도 있다.
그녀의 소스는 그냥 ‘소스’가 아니다. 마닐라 5구역에서는 ‘멜라니 소스’라 불리는 작은 전설이다.


소스는 그녀의 언어다

달달함은 위로,
매운맛은 인내,
콤보는 삶이다.

그녀는 한 번도 계량컵을 쓴 적이 없다.
“손이 기억해요. 눈이 말해줘요.”


그녀의 하루

  • 오전 9시: 시장에서 닭 심줄과 돼지고기 부위를 고른다

  • 오전 10시 반: 고기 손질 및 삶기

  • 정오: 대나무 꼬치에 직접 꽂아 준비

  • 오후 12시~6시: 거리 판매

  • 꼬치 개수: 하루 평균 180개

  • 인기 메뉴: 핫도그 꼬치 + 콤보 소스


멜라니의 과거는 누구도 몰랐다

팬데믹 전, 그녀는 마닐라 시내 유명 식당의 소스 담당 조리사였다.
코로나 이후 해고된 그녀는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대신, 거리로 나왔다.
“소스를 더 많은 사람에게 먹이고 싶었어요. 테이블보다 거리 쪽이 더 빠를 것 같았죠.”

이제 그녀는 매일 3,000페소 정도의 매출을 올린다.
절반은 단골 학생들이다.
졸업 후에도 그녀를 찾아오는 이들이 있다.

아테 멜, 아직도 매운 거 돼요?
Always. Spicy never graduates.


어떤 날은 잘 안 팔린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불면, 멜라니는 그냥 조용히 앉아 소스통을 바라본다.
뚜껑을 열고, 작은 국자를 떠 맛본다.

“아직 괜찮아. 아직 내 거야.”


거리의 맛은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사람에게는 소스가 바로 그 맛이다.

그리고 오늘도, 멜라니는 작은 테이블 위에 한 도시의 풍미를 담고 있다.


간판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Smile is free.
Extra sauce is 2 pesos.

멜라니는 그 말 그대로 웃는다.
그건 어떤 소스보다 따뜻하다.


《마닐라의 노점상들》

4화. 타호의 전설, 테스

“타호오오오오오~~~”
마닐라의 아침은 종소리가 아니라, 타호 장수의 외침으로 깨어난다.
그중에서도 에르미타 거리 7번 골목
전설이 산다. 이름은 테스.


테스는 말하지 않는다. 소리가 대신한다.

양손에 은빛 통을 들고, 그녀는 날마다 같은 속도로 걷는다.
한쪽엔 따끈한 두부, 다른 쪽엔 검붉은 아르니발 시럽과 사가(타피오카 펄).
그 통에서 올라오는 김이 마치 아침 햇살과 어우러지면,
마닐라는 잠시 멈춘다.

“Ate Tess! 20 pesos!”
“May extra arnibal po?”
“Siyempre, anak. For champions lang ‘yan.”


테스는 아침을 판다. 하지만 그건 밥이 아니다.

  • 학교 가기 전 먹는 아이들의 에너지

  • 밤새 간병한 보호자의 위로

  • 야근을 마치고 귀가하는 경비원의 아침식사

그녀는 단순히 타호를 파는 게 아니다.
사람의 하루 첫 감정을 나눈다.


그녀의 하루는 어둠 속에서 시작된다

  • 새벽 3시: 두부 제조장 방문, 타호 받기

  • 새벽 4시: 아르니발과 사가 준비

  • 오전 5시: 첫 외침 시작

  • 오전 9시: 판매 종료

  • 하루 평균 판매량: 120컵

  • 레귤러: 20페소 / 라지: 30페소 / 테스 사이즈: 35페소

“테스 사이즈는 뭐예요?”
“그냥… 많이 주는 거야. 힘든 날엔 그게 정답이거든.”


누구보다 조용히, 누구보다 많이

테스는 말이 많지 않다.
인터뷰를 요청하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하지만 그녀가 준 타호 한 컵은 아주 큰 목소리로 말한다.

“이 도시에도 아직 따뜻함이 있어요.”


그녀의 전설엔 끝이 없다

15년째 같은 골목을 지키고 있다.
대학 새내기로 그녀의 타호를 먹던 이들은,
이젠 아이 손을 잡고 그녀를 찾는다.

“이모, 제 아들이에요. 이 아이도 테스 타호 먹여보고 싶었어요.”

테스는 웃으며 말한다.
“잘 왔네. 오늘은 진한 날이야.”


타호는 원래 부드럽다

하지만 테스의 타호는 단단한 기억이 된다.

그녀는 늘 떠날 것처럼 말하지만,
다음 날 아침이면 또 외친다.

“타호오오오오오~~~”


다음 이야기 5화,6화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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